2023.02.02. 홍승주
공감
방향 없는 자유는 비효율을 야기할 뿐이다. 자유는 분명히 옳다. 자유는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동기를 불러일으킨다. 자유에 따른 책임도 옳다. 자유롭게 일하며 스스로의 일에 책임을 가지는 것은 합리적이다. 문제는 많은 경우에서 자유가 그저 달성해야 할 무언가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다양한 의견, 새로운 생각, 다름을 존중. 모두 중요한 가치지만 다름 그 자체는 결코 지향점이 될 수 없다.
회사에서 자유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깊은 공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서로가 바라보는 바와 지향하는 가치들이 명료하게 공유되어야 한다. 공감이 선행된 자유는 폭발적인 창의성과 효율성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공감이 선행되지 않은 자유는 수동적인 공격성(passive aggressive)을 키우며 커뮤니케이션 비용만 높여갈 뿐이다.
나는 많은 시행착오 끝에 우리 팀이 궁극적으로 다음 세 가지 가치를 좇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도적이었든, 의도적이지 않았든 이 가치에 진심으로 공감한 사람은 빠르게 핵심 인재로 성장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팀과 조금씩 멀어지다가 결국 이탈하고 말았다. 우리가 팀원에게 공감을 필요로 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Think well, Be well
우리는 정신건강을 밝고 건강하게 풀기 원한다. 우리는 나이키가 긍정적이고 건강한 모습으로 운동을 대하듯,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정신건강을 다루길 원한다. 방 안에 숨어서 관리하는 정신건강은 사람들의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남몰래 은밀하게 관리하는 정신건강은 확장 가능하지 않다. 토닥토닥하며 맥락 없는 억지 위로만 제공하는 정신건강은 사람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움직이지 못한다. 우리는 모두가 주체적으로 정신건강을 대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본인의 자아를 회복하고 가꿔나가길 원한다. 우리는 모두가 건강하게 생각하고, 일상 속에 만연한 행복을 알아차리며, 건강하게 존재하는 세상을 꿈꾼다. 우리는 이러한 방향에서 팀원들의 순수한 열정을, 시장의 큰 문제를, 그리고 거대한 사업의 기회를 바라본다.
2. 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
우리는 단순함을 좇는다. 짧고 편협한 생각이 아닌, 치열하고 근원적인 생각 끝에서 발견한 단순함이야말로 그 무엇도 따라올 수 없는 궁극적인 가치다. 우리는 주장의 단순함을, 생각의 단순함을, 의사소통의 단순함을, 사업 모델의 단순함을, 그리고 제품의 단순함을 추구한다. 복잡하게 얽혀있어 진실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는 주장, 사상, 소통, 사업 모델, 제품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불필요한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복잡함을 배척한다. 단순함이야말로, 그 모든 분야에서 우리가 찾는 최고의 가치다.
3. Be logical or creative
탁월함은 논리력과 창의력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탁월하다고 평가할 때 그 이유를 파고들어보면 결국 큰 줄기는 두 가지다. 논리력과 창의력. 개발에 대한 지식이 많은 것은 똑똑함이지 탁월함이 아니다. 디자인을 예쁘게 잘하는 것은 유능함이지(정말로 그런가?) 탁월함이 아니다. 경험이 많아 마케팅 도구를 잘 다루는 것은 노련함이지 탁월함이 아니다. 논리적인 사람은 실패로부터 교훈을 찾아낸다. 논리적인 사람은 디자인을 쉽게 한다. 논리적인 사람은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한다. 논리적인 사람은 단순함을 추구한다. 창의적인 사람은 남들이 하지 않는 것들을 시도한다. 창의적인 사람은 단순하지만 빠른 지름길을 찾아낸다. 창의적인 사람은 다르게 생각하고 남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지식이 많은 사람도 있었다. 경험이 많은 사람도 있었다. 열정이 넘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기꺼이 모든 것을 내주고라도 곁에 두고자 하는 사람은 보다 단순한 특징이 있었다. 논리적이거나 창의적이거나.
실행
실행 없는 공감은 허상일 뿐이다. 쉽고 재미있고 건강한 정신건강에 대한 열망, 단순함에 대한 추구, 탁월함에 대한 기준을 모두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잘 실행하지 못하면 공감하지 못하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냉정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마음이 잘 맞으니까’라는 합리화는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한편 공감에 기반해 일을 성공적으로 진행시켰던 사람들은 세 가지 부분에서 달랐다. 그들은 ‘이만하면 됐다’라는 것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었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보다는 더 큰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문제에 집중했고,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실행했다. 나는 팀을 다른 단계로 도약시켜줄 수 있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고 믿는다. 우리가 팀원에게 요구하는 역량은 다음과 같다.
1. High standards of exellence
탁월함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그들이 ‘이만하면 됐다’라고 느끼는 정도는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정도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동일한 Lean Startup 방법론을 사용하여 제품을 검증하더라도, 그들은 남들보다 더 완성도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더 빈틈없는 논리로 실험을 구성하며, 더 빠르게 검증하고, 더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는 그들 자신이다. 본인이 하는 일이 이 모양으로 나가는 건 도무지 못 버티는 사람들. 그러한 사람들이 시키지도 않은 추가 업무를 하고, 주말에도 제품을 고민하며, 더 치열하게 답을 찾아낸다. 반면 탁월함에 대한 기준이 낮은 사람들은 적당한 가설 검증에 만족하고, 적당한 제품에 만족하고, 적당히 타협한 절충안에 만족한다. 그러곤 적당하지 않게 실패한다.
2. Specific to Abstract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구체적인 문제에서 시작해 추상적인 문제로 빠르게 나아간다. 그들은 본인이 해결해야 하는 회사의 구체적인 문제가 어떠한 맥락 속에서 진행되는 것인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일을 진행한다. 그리고 점차 더 크고 추상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그러다 결국 그들은 안개 속에 있는 회사의 추상적인 문제들을 구체화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낸다. 큰 변화는 남들이 할 수 있는 일들에 의해 생겨나지 않는다. 초등학생이 읽어도 당연해보이는 문장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를 무시한다. 말로는 큰 성공과 큰 영향력을 이야기하면서 작은 문제와 작은 업무에 몰두한다. 우리는 모든 팀원이 큰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문제에 집중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모든 팀원이 처음부터 추상적인 문제를 풀 순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히 뛰어난 사람들은 구체적인 문제에서 시작해, 점차 이해를 키워나가며 추상적이고 큰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빠른 시일 내에 팀의 핵심 인력으로 자리잡게 된다.
3. Learn fast, Execute fast
문제를 잘 풀어내는 사람들은 본인의 역할의 범위를 한정 짓지 않고 문제를 가장 빨리 해결할 방법을 찾아낸다. 그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동료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어떻게든 동료의 도움을 이끌어내고, 외부에서 인력을 찾아 금방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혼자서 시행착오를 겪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직접 배운다. 빨리 배운다. 데이터를 보는 법도, 디자인 툴을 다루는 법도, 심지어는 개발을 하는 일도, 필요하다면 배워서 적용하면 그뿐이다. 직접 통계 프로그램을 돌려 데이터를 보는 시대도, 픽셀을 하나씩 찍어가며 디자인을 하는 시대도, “Hello, World!”를 입력하며 개발의 기초를 다시 배워야 하는 시대도 모두 지났다. 핵심은 간단하다. 동료를 이용하든, 직접 해결하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사람. 그러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문제를 빠르게, 그것도 잘 풀어낸다.
팀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공감하면서도 높은 실행력을 보일 수 있는 인재를 찾다보면 인재영입의 속도가 더뎌질 것은 분명하다. 빠르게 인재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시간 투자와 비용 지출이 필요할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모든 기회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공감과 실행에 부합하는 사람을 찾는다. 그 사람은 분명 어설프게 공감되고 실행하는 사람 열 명보다 더 큰 영향을 만들어낼 테니.